어제 처음 이 시를 읽을 때는 마지막 두 문장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
사람아, 사람아 단풍든다.
아아, 노랗게 단풍든다.
대체 이 싯구가 무엇을 의미할까...
하여 이리저리 궁리를 해보다가 결국 엠선생께 기형도라는 시인이 누구인지를 여쭈었다.
안타깝게도 시인의 삶이 짧았던 만큼, 그에 대한 기록도 별반 없었다.
그러나 '시대의 어둠을 등지고 내면의 아름다움을 탐미한.....' 시인이라는
결정적인 문구를 얻었다.
예전에 적었던 다른 시 중에,
시대의 어둠을 등졌다는 부분을 알 수 있는 시가 한편 있었으니
저 문구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또한, 그 시가 아니었더라도 그의 시를 관통하며 흐르는 어두움은 충분히
그가 가졌던 괴로움을 알 수 있다.
물론 시인이 뿜어내는 어두움이 비단 시대를 등진 자신에 대한 비관때문만은 아닐것이다.
성격이라는 것이 어느 한 순간 어느 사건에 의해 형성되기보다는
오랜동안 축적된 사건들의 퇴적물같은 것인 경우가 많으니
시대를 등졌다는 책감보다는 성장과정 전체를 아우르는 어떤 어두움이 점층하리라.
다시 처음에 적은 시로 돌아가서
마지막 두 문장이 엠선생의 도움으로 인하여 겨우 어줍잖게나마 문맥을 맞춘것 같다.
사람아, 사람아 단풍든다.
아아, 노랗게 단풍든다.
이 두 싯구가 나오기 전에 일곱행을 들여서 시인이 적은 것은
인생의 목적과 자신감을 잃어가는 자아에 대한 고통이었다.
무기력한 하루 하루에 지쳐 잠들었다가
문득 그 무기력함에 짓눌려 잠에서 깨어나 땀에 젖은 자기 육신을 보니
그 몸뚱아리에 올올히 새겨진 세월의 잔상들이 오히려 더 찬란하게 괴로운거다.
그 찬란한 괴로움을 표현한 것이 저 마지막의 두 싯구다.
계절의 힘에 무기력하게 색을 바꿀수밖에 없는 단풍처럼..
세월의 힘에 무기력하게 지쳐가는 자기 자신의 모습.
단풍은 그리하여, 세월에 찌들어버린 자신에 대한 처절한 자아비판이다.